슬램덩크 극장판
2023년 1월 4일, 슬램덩크 극장판 개봉 후 하루가 지난 오늘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을 가감 없이 얘기하려고 하니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앞으로 볼 계획이 있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극장판 주인공 송태섭
영화는 철저히 송태섭 중심의 서사로 진행됩니다. 송태섭의 유년 시절, 가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성장 과정. 이 부분은 원작에 없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슬램덩크2가 나왔으면 하는 이유도 슬램덩크 등장 인물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이 가장 클텐데, 그런 의미에서 몰랐던 에피소드들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송태섭에 대한 이야기는 슬램덩크의 외전인 피어스라는 작품에서 다뤄진 적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극장판 스토리에 맞게 조금 각색되어 나왔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
이번 슬램덩크 극장판은 실제 선수들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모션 캡쳐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래서인지 정말 농구 경기를 코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기존 애니메이션은 재미있기는 했지만, 90년대에 제작되어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봉한 극장판은 정말 흠잡을 곳이 없는 움직임으로 생동감과 박진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GIF 파일은 용량을 감안하여 프레임이 낮아지다보니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극장에서는 전혀 어색함을 못 느꼈습니다)
특히 정대만이 집중 마크를 당하면서 체력이 소진되는 것이나, 송태섭이 올코트 프레스를 당할 때의 압박감이 만화책으로는 전달이 제대로 안되었던 것 같은데, 이번 극장판은 그 부분에 대한 묘사가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극장판에서 생략 된 장면들
아마 대부분의 팬들이 영화에 만족하면서도 아쉬워 하는 이유는 생략 된 장면들 때문일 것 입니다. 원작에서 산왕공고와의 경기는 26권에서 시작하여 31권에 마무리 되어, 그 내용이 다섯 권에 달할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개정판은 20권부터 23권) 능남과의 연습 경기, 상양, 해남, 그리고 또 다시 능남, 풍전까지 수많은 경기가 있었는데도 25권이었는데, 한 경기에 다섯 권을 담았다는 것은 분명 산왕전 한 경기에 많은 내용이 있었다는 반증이겠죠. 하지만 영화는 두 시간이라는 한정 된 런닝타임을 가지며, 그 안에는 그동안 못했던 송태섭의 서사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극의 흐름상, 혹은 시간 문제로 생략 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극장판에서 생략 된 장면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변덕규 도미 가자미
농구를 은퇴하고 가업을 물려받은 변덕규가 쓰러진 채치수에게 다가가 말하는 장면입니다. "뛰어나고 화려한 신현철은 도미, 채치수 너는 가자미"라며 진흙투성이가 되라는 조언을 해주는데, 이 말을 들은 채치수가 신현철을 이기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동료를 활용하며 역전이 시작되었죠.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
체력이 소진 된 상황에서 정대만이 또 다시 3점슛을 성공 시키는 장면입니다. 채치수의 스크린 이후 정대만이 3점슛을 쏘는 장면은 나왔지만, 많은 남자들을 포기를 잊게 만들었던 정대만의 대사를 육성으로 듣지 못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윤대협 정성우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는 서태웅에게 안감독님은 자넨 아직 윤대협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하며 반대하는데요. 서태웅과 윤대협의 1대1 대결, 그리고 정우성의 이름을 정성우라고 잘못 말하는 에피소드가 나오지 않은 것도 아쉬웠습니다.
강백호 고백
강백호의 고백 장면입니다. 물론 소연이가 아닌 농구에 대한 사랑 고백이죠. 다른 장면은 몰라도 이 장면은 나올 줄 알았는데, 생략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이와는 반대로 경기의 시작을 알린 송태섭의 패스에 이은 강백호의 앨리웁 덩크, 강백호의 안면슛, 송태섭의 돌파, 서태웅의 드라이브인, 수많은 블락샷 등 정지 된 만화책으로 보던 장면들을 움직이는 모습으로 보게 된 것은 엄청난 감동이었습니다.
윤대협과 변덕규, 그리고 해남고교
개인적으로 슬램덩크 등장인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윤대협이 극장판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과거 회상 씬에서 아주 잠깐 나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다른 장면은 몰라도 윤대협이 서태웅에게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녀석이 있다고 말해주는 정성우 에피소드를 기대했는데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해남고교는 중반 이후에 저 멀리 관객석에 얼굴도 아니고 실루엣으로만 보여주는데, 해남 특유의 보라색과 노랑색이 조합 된 트레이닝 복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기존 팬들을 위해서라면 얼굴을 보여주거나 한 마디라도 말을 하는 장면을 넣어줄 법도 하지 않나라고 생각했지만, 극장판으로서 슬램덩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처음 보는 인물이 갑자기 등장하고, 말을 하는 것이 오히려 흐름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전체적인 감상평 및 후기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았습니다. 영화를 볼지 말지 고민하는 분에게 추천하겠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YES 입니다. 슬램덩크를 알지 못하거나, 그전의 내용을 보지 못한 사람과 함께 보아도 즐겁게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경기 중간 중간 회상 장면을 넣어서 고조 되던 흐름이 잠깐 차분해진다거나, 보고 싶었던 장면이 생략 된 것 정도입니다. 하지만 2시간으로 한정 된 런닝타임을 감안하면 생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는 것, 그리고 몰랐던 송태섭의 이야기를 풀기 위해서 어쩔수 없었다고 이해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기존 원작의 팬들은 교체 된 성우진에 대해서 아쉬움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인지 차라리 더빙으로 보겠다는 의견까지도 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에게 슬램덩크의 강백호는 사쿠라기가 아닌 강백호 그 자체이기 때문에 더빙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 라고 생각했으나 더빙판과 자막판 둘 다 보고나니 생각이 조금 바꼈습니다! 자막판과 더빙판 비교가 궁금하다면 밑에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마치며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날에 농구와 스포츠, 그리고 도전에 대한 마음을 불태우게 만들어줬던 슬램덩크에게 감사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쿠키 영상 유무
음악과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아주 짧은 쿠키 영상이 나옵니다. 엔딩 크레딧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웬만하면 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슬램덩크 결말 이후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