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는 원리 및 맹점 테스트 하는 법 (눈 구조, 보기만 해도 에너지가 소모되는 이유)

눈

눈은 앞을 보는 기관입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앞을 보기 위해 어떤 기관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정답은 눈이 아닙니다. 정확하게 따져서 말하자면 눈만으로는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린 사실 눈이 받아들이고 전달해주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습니다.

눈의 구조

눈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의 구조를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둥근 형태의 말랑말랑한 공의 앞쪽엔 빛이 들어가는 동공이 있습니다. 그 바로 뒤에 렌즈처럼 생긴 수정체가 있고, 상이 맺히는 망막이 있습니다.

눈이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정말 단순하게 요약하면.. 빛이 안구에 들어와 그 상이 망막에 맺히고, 망막에 맺힌 정보는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돼서 뇌가 인식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망막에 무언가 맺혀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눈은 조금 이상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상이 맺혀야 할 망막보다 안쪽(안구의 중심에 가까운 쪽)에 혈관과 신경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맹점이 생기는 이유

빛은 직진하는 성질이 있다 보니 빛이 물체를 비추면 자연스레 그 뒤에는 그림자가 생깁니다. 그런데 눈에 빛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망막에 빛이 닿기 전에 혈관을 먼저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러면 혈관 때문에 빛에 의한 그림자가 망막에 비치게 됩니다. 결국 눈은 항상 혈관의 방해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신경은 또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신경이 안구의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면, 거기서 뇌로 연결하기 위해선 안구에 구멍이 뚫려야 있어야 합니다.

신경은 블루투스처럼 원격으로 정보를 전달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구멍은 안구의 구조상 빛이 들어오는 쪽의 반대편에 뚫릴 수밖에 없습니다. 앞쪽으론 외부를 향해서 빛을 받으들여야 하니 뇌로 향하는 루트를 만들기엔 부적합한 것이죠. 결국 신경 다발은 망막의 어느 한 쪽에 구멍을 내고 그 자리에 위치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상이 비치지 못하는 영역이 생겨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신경과 망막은 동시에 존재할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을 '맹점(blind spot)'이라 부릅니다.

흔히 취약점이라는 의미로 관용적으로 쓰이는 맹점의 어원이 지금 설명하고 있는 안구의 맹점입니다.

실제로 뇌가 인식하는 모습

앞서 설명한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에 눈이 시각 정보를 받아들일 땐 위 사진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신경 다발이 위치한 공간에 상이 맺힐 경우, 그 공간은 뻥 뚫려서 있기 때문에 망막이 없으므로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앞을 볼 때는 혈관 그림자가 시야를 방해할 것입니다.

앞을 볼 때 뇌가 하는 역할

하지만 우리가 눈을 통해 무언가를 볼 때, 맹점은 있는지도 모르며, 혈관으로 인한 선들도 느끼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뇌가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혈관의 그림자 문제를 뇌는 아주 기가 막힌 방법으로 해결해 버립니다. 뇌는 눈에 들어오는 정보들 중 혈관 그림자에 대응되는 정보가 무엇인지 따로 구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눈을 아주 빠르게 떨게 만들어서 정지해 있는 것은 혈관 그림자라고 인식하여 시야에서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바깥에서 들어온 정보는 눈을 떨면 흔들릴 테니까, 역으로 흔들리는 것만 선택해서 인식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 떨림은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는 우리는 혈관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깨끗한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신경 다발으로 인해 존재하는 맹점은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이때는 맹점 주변의 시야 정보를 이용해서 그 부분을 채워넣습니다. 마치 포토샵을 사용할 때처럼, 아무것도 없는 영역을 주변 색과 비슷하게 칠해 감쪽같이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걸 직접 느껴보기 위해선 아래 그림을 활용하면 됩니다.

맹점 테스트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피카츄를 응시합니다. 화면과 거리를 벌린 후, 천천히 고개를 화면에 가까이 가져다 댑니다. 이때 오른쪽 눈의 시선은 피카츄에 고정된 채로 두어야 하며, 오른쪽에 있는 야돈에게 시선을 옮겨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시선을 피카츄에게 두고, 머리로는 야돈을 의식하다보면 어느 순간 야돈이 흰색으로 덮여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 때가 바로 눈의 맹점과 야돈이 겹치게 된 것입니다.

맹점 안에 야돈이 들어와서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뇌는 그 주변의 흰색으로 덮어버려서 이상을 느끼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당연히 반대로도 가능합니다. 왼쪽눈을 감고 야돈을 본 상태에서 고개를 멀리 했다가 가까이 옮기면 됩니다)

또 다른 테스트 방법도 있습니다.

이번엔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좌측의 검은 점을 응시하고 머리와 화면 사이의 거리를 서서히 조절해봅니다.

그러면 오른쪽의 빨간 막대가 이어져보이는 순간이 옵니다.

뇌가 생각하기에 끊어진 부위는 이어지는 편이 자연스럽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결국 이를 통해 알수 있는 것은 눈은 구조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게 설계가 되어 있으며, 그러한 한계는 뇌가 보완해줌으로써 깨끗하게 앞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뇌는 가만히 앞을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이미지 보정을 위해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모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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